어린시절, 바이올린을 조금 배운 적이 있었는데요, 그시절에 악기를 3번이나 잃어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학교앞 문방구에서 군것질 하다가 앞의 평상에 놓고 와버렸었고, 두번째는 집에 도둑이 들어서 가져가버렸고, 세번째는 합주부 교실에 두었다가 잃어버렸지요. 그리 비싸지 않은 연습용악기였지만, 그 때마다.. 충격은 말할 수 없이 컸었습니다.
한번은 레슨하시는 선생님이 콩쿨(지역의 조그만 신문사에서 주최하는)에 나가려면 악기를 좋은걸 사야한다고 적어도 스즈끼는 사야한다며, 120만원을 부르시더군요.안그래도 전공시킬 맘이 없던 아버지께선, 아예 그만두라고 하시고... ;;평범한 공무원 집안에 그만한 돈도 없었고요. 그 시절 집값이 2천만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을거예요. 아마도.
그 후로 선생님이 몇번 바뀌고 그리고 스스로 전공할 생각이 없기도 해서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놓고나서야 내가 얼마나 바이올린을 사랑했는지 깨닫게 되더군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연주회를 가면 제 눈과 귀엔 다른 악기들 중에서 바이올린만 들어오곤합니다.바이올린 음반을 들어도 연주자보다는 그가 쓰는 악기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알아보곤 합니다. 이 음반은 이작펄먼의 연주야라는 생각보다는 그의 바이올린 스트라디 Soil 1716 이야. 이 음반은 김영욱씨가 몇년전에 구입한 스트라드 세솔 이야.. 뭐 이런 식으로요. 아마도 어린시절 좋은 악기에 대한 동경, 트라우마 같은게 아직도 깊게 남아있나봐요. 그래서 가끔 아마추어 제작을 한다고 설치고 다니기도 했지요. ^^;
대부분의 음반이 연주자에 관점을 두고 제작되지만, 드물게 악기에 포커스를 맞춘 음반들이 좀 있습니다. 루지에로 리치나 살바토레 아카르도 같은 분들은 현대제작가 들의 악기를 모아서 연주한 음반도 있고요, 스트라디바리 여러대를 모아서 각 악장마다 다르게 연주한 음반도 있고, 하여튼 저같이 악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잠깐 소개해드릴려고요.
과르넬리 델 제수 1742 캐논으로 연주한 음반이 있어요.
앞판과 뒷판이 이례적으로 상당히 두꺼운 편이고(이례적으로 무려 6mm가 넘는 부분도 있습니다.), 소리가 강하게 나서 대포같다는 의미로 캐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어느날 파가니니가 연주회를 앞두고 도박을 하다가 베르곤지 바이올린을 저당잡혀서 연주할 바이올린이 없었는데, 그 사실을 듣고 어느 후원자가 캐논을 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 연주를 들은 그는 감동해서 파가니니에게 그 악기를 기증합니다. 다른 연주자가 연주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조건을 붙여서요.파가니니는 이 악기를 연주해보고는 베르곤지는 이 악기에 비하면 장난감이었다라고까지 평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약속대로 파가니니는 자신이 죽을 때 기증할 것을 유언하고, 그 아들 바론 파가니니가 이탈리아의 제노바 시청에 기증합니다. 그 이후로 시청사에 보존되고 있는데, 정기적으로 관리연주자에 의해 연주되고 있습니다.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다고 하는데, 이 연주는 공개리허설로 신청을 받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넥과 판두께, 바니쉬가 원상태 그대로 보존되어있기 때문에, 또 그 내력과 강한 파워, 톤으로 유명한 악기이기 때문에 많은 제작가들이 카피본을 만들어보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연주하는 캐논 연주음반에는 CD와 함께, 1:1 사이즈의 칼라 포스터(자세한 치수가 동반된 도면 포함), 그리고 악기소개 책자가 함께 들어있습니다.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구입해서 들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딱 두곡만 맛뵈드릴께요.. 저작권문제도 있으니 옮기시거나 저장하신 마시고 잠깐만 들어보세요. 각 곡마다 조금씩만 잘라냈습니다. 며칠있다 파일은 삭제합니다. 즐감하세요. 과르넬리 캐논의 음색과 파워를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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