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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나의 평생 세컨드, 알마 마스터 더블탑2009-09-1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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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기타를 나의 새 애인으로 맞은 지 딱 한달 밖에 안지났지만, 

이 글을 쓰고 싶어지는 건 아마도 이 기타가 나에게 주는 기쁨과 강렬한 메시지 때문일 게다. 

 

일주일 간의 미국 출장을 마무리하고 귀국하던 14일 밤, 

곧바로 괴산으로 달려가고 싶었으나, 여독 때문에 하루를 꾹 참고 

광복절이었던 8월 15일 드디어 괴산에 도착했다. 

일주일 전 선생님께 빌렸던 기타를 반납할 겸 아직 칠을 하지 않았던 누드(?)상태의 나의 기타를 보고 마음이 설레였던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10개월을 기다렸던 나의 기타는 과연 어떤 소리를 낼까?' 

 

공방에 도착하자 마자 인사 대충 하고 (ㅋㅋ) 싸모님께서 건네 주신 음료수는 

쇼파에 살짝(?) 던져 놓고 걸려있는 기타를 향해 달려가서 내품에 안고 떨리는 맘으로 

줄을 튕겨봤다. 

 

마스터 D-top (스프러스/하카란다 조합에 현장 644mm) 

 

보통의 스프러스 기타는 태어나자 마자 자신을 잘 뽐내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애인은 거의 완벽한 발렌스와 소리가 또롱또롱 굴러가면서 옹골맞고 

밀도있는 소리를 내면서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선생님을 만나게 된건 지금부터 약 1년 전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에게는 라미레즈와 꼰뜨라레스 1세 기타가 있었지만, 

라미레즈는 베이스와 트레블의 발렌스가 엉망이었고 특히1번줄의 텐션에 문제가 많았다. 

큰맘먹고 약 9개월 전에 질러버렸던 꼰뜨라레스 1세의 기타는 스페인 기타 특유의 음색이 

분명 있었으나, 그 뿐.... 음정과 피치도 불안하고, 

어쨋든 치면 칠수록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과 더불어, 결정적인 이 한방, 

무대에 한번 올려본 후부터 밀려오는 실망감과 좌절감은 결국 나를 내 인생과 함께할 

새로운 기타를 물색하게 만들었다. 

 

그 날은 30주년 동문연주회를 위한 첫 리허설 날이었다.  

알마 시더 더블탑 모델을 가지고 한 선배님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갖고 있던 꼰뜨레라스는 명함도 못내밀 만큼 알마 기타의 소리는 단연 뛰어났다. 

원달성, 음색, 발렌스 거의 완벽했다. 

빌려 잠깐 연주해 보니 왼손은 왜 그리 편하던지....그리고 음정의 정확성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유레카!! 바로 이 기타다!!" 

 

그 당시 갑작스런 해외 출장으로 결국 30주년 동문연주는 결국 못하게 되었으나 (현우회), 

귀국해서 몇 주 후, 이천에 있던 알마 공방을 득달같이 달려갔고, 

김선생님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는 새색시가 누워있다. 

 

선생님은 처음보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내가 가지고 간 기타와 문제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마침 공방에서 만났던 몇몇 분들의 알마 스프러스 기타를 만질수 가 있었는데 

그 느낌은 지난 리허설 때의 느낌보다 훨씬 더 좋게 느껴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선생님은 시더보다 스프러스를 더 잘 만드셨던 분이었고, 

그 이후 스프러스 마스터 더블탑은 나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당장 주문 요청을 했고, 문제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두 대의 스페인 기타를 

처분하는 일이었지만 이후 약 7개월의 기간동안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차례대로 

다른 주인에게 넘길 수 있었다. 

 

장장 10개월의 기다림은 나에게는 일종의 인고의 시간이었지만 기다림은 

또하나의 기쁨이었기에 이 기다림이 연구소를 다니며 겪는 스트레스의 탈출구 역할을 

한 것도 같다. 어쨌든  주문한 지 10개월만에 기타를 받았고 

지금 받은 지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의 내 느낌을 도저히 말하지 않고서는 못견디겠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처음에는 3번줄의 버징이 귀에 좀 거슬렸으나, 선생님 말씀이 새 기타의 특징상 

버징이 날 수 있다. 새기타는 줄의 울림을 바디가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줄을 튕겼을 때 줄이 몸부림을 치게되어 버징이 나타날 수 있지만, 

바디가 안정화되게 되면 줄의 진동을 바디가 온전히 흡수하기 때문에 

버징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고 난 잘 모르니 반신반의 했었지만 웬걸, 

지금 그 버징이 거의 사라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소리가 일주일 단위로 변하는 걸 느끼는데 마치 기타가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 같았다. 처음에는 내 귀에 의심이 갔다. 

아까는 코 몇 번 풀어 멍먹하니 잘 안들릴 때겠거니 했지만 (참고로 난 비염을 앓고 있다) 

코가 정상일 때에도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보니, 전율감이 느껴졌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와이프한테 해줬더니 와이프 왈, 앞으로 그 기타 데리고 살어. 흥!  

이러는 것이다. 

평상시에 집에 오면 몇마디 나누고 바로 기타방에 들어가 한참 후에나 나오는 

날 보고 하는 말이었다. 질투할 게 없어서 기타랑 질투하니? 

자신을 기타와 비교하면 그게 비교가 돼? 했지만 사실 기타는 나의 애인이 맞다. 

그것도 말 열라 잘 듣는... 흐흐. 

 

말 잘 듣는 기타는 사실 흔치 않다. 스페인 기타를 경험했지만, 말 드럽게 안듣는다. 

알마는 이런 면에서 단연 으뜸이다. 탄현하는 각도, 힘에 따라 터치와 음색, 

그리고 소리의 크기는 너무나도 달랐다. 

또한 주인의 맘 상태에 따라서도 음색은 천치차이.... 주인의 맘을 어떻게 그리도 잘 아는 지... 정말 말 잘 듣는 악기다.^^ 

 

스프러스 더불탑 알마기타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의 명료함이다. 

그리고 빠른 반응성도 빼 놓을 수 없다. 또하나, 피치의 완벽성인데, 

왼손의 편안함은 다른 제작가들도 할 수 있는 부분이나 음정은 제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좀 아니다 싶은게 많다. 마지막으로 고음부와 저음부의 발렌스는 거의 환상적인 수준이다. 

어느 프렛에서 쳐도 음의 크기는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내 기타의 경우 D음의 공명이 살짝 더 큰데 그래서 그런 지 6번 줄을 D로 내리는 곡을 연주하게 되면 황홀해 지는 것을 덤으로 받았다. 

 

스프러스 더불탑 알마기타의 아쉬운 점은 베이스 음이 살짝 하이 톤이라는 점인데, 

이 부부은 아랫부분의 몸통의 크기를 지금보다 약간 더 크게 만들게 되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트레블의 명료함과 베이스의 장중함이 함께 어울려 지지 않을까? 

 

하지만 내 기타의 경우는 이 베이스 음마져 나를 매료시키다. 

옹골맞게 울리는 트레블과 적당히 저음으로 구성지게 어울려 살아 움직이는 음들을 

느끼는 것은 정말 나에게 큰 행복이 아닐수 없다. 

 

선생님께 정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고, 아까운 시간과 돈을 투다해가며 보냈던 

나의 기타에 대한 방황은 나를 무척이나 소진시켰지만,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그만 하라는 STOP 사인을 보내주신 셈이다. 

 

진정한 내평생 세컨드 (first는 내 아내 ^^), 알마 마스터 더블탑 스프러스가 

지금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데, 

이 기타는 도데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변하게 될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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