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진동판으로 쓰이는 톤우드는 비중 대비 강도(가벼우면서도 강해야)가 높아야 좋다고 합니다. 아래에 덧붙이는 자료에서도 나오지만 比탄성계수(= E/d : d = density)가 높아야 악기용톤우드로서 자격이 있다고 합니다. 단단하기만 하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요. 비탄성계수와 감쇠의 정도에 따라 악기에 적합하냐 아니냐로 구분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톤우드의 구조는 셀룰로오스 구조가 70프로정도, 리그닌등 20%, 헤미셀룰로오스, 단백질, 핵산,, 결합수(자유수) 등으로 되어있는데, 셀룰로오스 구조(마치 수도관처럼 되어있음)가 철골의 역할을 하면서, 그 사이를 리그닌이라는 시멘트가 메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네요.
목재를 자연건조 시키면, 처음 3,4년간은 수분함유율이 30%수준까지 하락하는데, 강도변화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이후 5년이 초과하면서 십수년이 되어가면서 최종적으로 대기수준인 함수율 15%대까지 낮아진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비로소 강도증가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열에 의한 강제건조로는 함수율(含水率)은 낮출 수 있지만, 셀룰로오스 결정이 무너져 버리기 때문에 목재의 열화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약품에 의해서도 셀룰로오스 붕괴 또는 팽창이 일어나버리기 때문에 좋은 효과는 보기 어렵다는게 정설인 것 같네여. 특히 강알칼리나 강산성에 더더욱 변형이 심하다는군요.
판을 얇게 만들수록 더 잘 울리는 반면에, 물리적으로 열화되기 쉬우니 얇고도 탄성있게 만들 수 있다면(특히 상판) 그야말로 기쁜 일이겠지요. 실제로는 이 둘관계가 상충관계가 있습니다만. 칼슘실리케이트 처리를 하면 [ 리그닌-셀룰로오스-헤미셀룰로오스 ] 사이의 결합력을 강화해서 탄성력을 강화시켜준다고 합니다. 따라서 얇고도 탄성력이 있고, 물리적으로도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네여. 그래서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칼슘 실리케이트 처리법에 관해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견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반대의견도 많고요. 나지바리 교수같은 이도 칼슘실리케이트 처리도 나무에 열화현상을 나타낸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구요.
이 탄성력 차이 조정을 통해 고음역부분의 잡음을 새악기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 보는 이도 있구요. 나지바리(텍사스 A&M 대학 화학과 교수)는 이 부분(약품처리를 통한 탄성력증가는 미미했다라는 견해)은 부정했습니다만, 그는 대신 키틴질 니스를 통해 판의 탄성을 조절했다고 주장합니다.. ( 제작계의 통설로는 아마 니스를 통해서 음질을 개선하거나 고음역의 잡음 부분 감쇄는 불가능하다라는 것 같네요. ) 그는 나무를 물에 띄워 미생물을 침착시킴으로써 과거 크레모나의 장인들이 나무를 개선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하지요.
어쨌든, 나무에 인위적인 처리를 가하는 것은 과망간산 칼륨이나, 칼슘 실리케이트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그것도 약간의 처리만 인정) 목재의 화학적 구조에 데미지를 주어서 장기적으로 나무의 열화를 가져와서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보고 있는 것 같네여. 그래도 나지바리처럼 니스나 나무를 분자적, 화학적 개념에서 살펴보는 것은 아주 가치있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위적 조작을 통해서 도달할 목표는 명확해보이는군요. 함수율을 15%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 그 처리과정에서 셀룰로오스 다발구조의 붕괴나 팽창이 일어나지 않을 것, 목재 내부 리그닌-셀룰로오스-헤미셀룰로오스 구조의 결합력 강화, 그 효과가 장기간에 미칠 것....
현재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암모니아의 경우, 앤틱처리할 때 쓰고 있고요. 가끔 전자렌지(속과 겉이 함께 데워지기 때문에 뒤틀림이 적다고 합니다.)에 나무를 수십초간,, 여러번 구웠을 때.. 구조변화가 별로 없이 함수율의 감소가 안정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테스트해보는데.. 나무를 잘라보니 안쪽만 시커멓게 타들어갔다고.. ;; 시간과 횟수조절에 실패한게지요. -_-; 바이올린의 브릿지와 지판작업할 때 흑단지판 데울 때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모 바이올린 해외제작공장(한국인운영)에서는 공업용 전자렌지로 브릿지와 흑단지판작업에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증언(?)을 직접 들었습니다. ;;
함수율과 셀룰로오스 구조문제도 있지만,, 어떤 분(저희 제작동호회분)은 레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히 스프루스) 빠져나가는 것이 목재의 음향적 특성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하는 가설을 세워놓고,, 연구하셨던 적이 있는데.. (그분이 대학병원 의사시거든요.) 알콜처리를 통해 레진을 구조손상없이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전남대 목재연구소의 교수님께 문의한 질문에 보내오신 답글은 아래에 첨부합니다. (일단 허락없이 전재합니다. -_-, 참고로만 하세요.)
현재까지는 목재의 자연건조를 대체할 그 어떤 효과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정설인 것 같습니다.
---------------------- [전남대학교 교수님 답변 중에 발췌]
악기소재 선택의 요체는 가볍고 단단한 나무를 찾는 일인데 대개 가문비나무 그중에서도 추운지방에서 더디 자란 나무가 생리적으로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합니다. 물론 바이올린의 제작기, 마감용 도료 심지어 연주기법까지도 최종음질에 영향하겠지만 이 모든 요소들은 목재의 품질에 부수되는 조건일 것입니다.
악기용재로서의 목재의 제반성질중 핵심적인 물성중 하나가 比탄성계수(= E/d : d = density)이고 또 다른 하나가 減衰(damping)입니다. 우리가 건조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비탄성계수를 증가시키고 안정화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악기용재에 대한 화학처리는 주로 일본과학자들이 선도하였습니다. 1991년 일본 동경대의 오카노 교수님이 포름알데히드계통의 화학처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신 이후 많은 후속 연구들이 PEG(poly ethylene glycol), 살리게닌 등을 이용하여 목재의 비탄성계수를 높이고자 하는 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주지하시다시피 위에서 언급한 화학제들은 대부분 그 밀도가 목재의 밀도(약 0.5)를 능가하는 것 들이라 자칫 잘못되면 오히려 비탄성계수를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 화학제들이 목재내의 주성분(셀루로우스, 헤미셀룰로우스, 리그닌 등)과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비탄성계수도 영향을 받고 댐핑도 변화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문헌에서는 화학처리재의 밀도 및 비탄성계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댐핑의 증감은 일정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화학적 처리의 한계는 목재의 전부위에 고른 농도로 균일하게 작용시키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댐핑이 큰 성분인 헤미셀루로우스나 리그닌과 결합하면 댐핑을 감소시킬 수 있겠으나 반대로 결정성세룰로우스의 표면을 둘러싸는 경우 오히려 댐핌을 증가시키는 양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화학적 처리에 의한 악기재의 품질조정은 매우 까다로운 방법으로 저희 목재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인식되고 있습니다.(not recommendable)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에타놀은 우리분야에서는 일종의 특수목재건조제로서 알고있습니다. 제가 이형우 교수처럼 목재건조전공이 아니라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수분제거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목재성분과의 화학적 작용에 의한 비탄성계수 및 댐핑의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천연건조의 핵심은 목재 고유의 물성을 다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수분을 빼내는 일입니다. 최근에 수행중인 저희 연구내용중 스트라디바리가 주장했던 30-40년간의 천연건조(지적하신바대로 현대적 개념으로는 불가능함)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건조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physical(not chemical) treatment인데 이 방법 역시 목재고유의 음향적 특성은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 저희 연구실에서는 그외에 국산재를 이용하여 진동역학적인 접근에 의해 고가의 수입재(like stradivari)를 대체하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귀하의 의문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빌며(아니면 직접 한번 만나서 서로의 고민을 나눌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난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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