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긴 하루. 6:30 잠이 깨다. ㄱㅎㅎ 선생님이 밤 늦게 완성된 기타 사진을 보내 준다고 하셨기에. 새벽 4시. 사진이 왔네. 9:45 용인 수지 행. 회사 녹음실의 1073 프리앰프는 어제 무사히 팔렸다고 하고 ㅅㄴ이 수지에 사는 사람에게서 chandler TG-2를 사러가기로 했단다. 따라가게 되었다. 용인 수지 무슨무슨 팰리슨가 빌리진가 도착. 바가 몇 번 올라갔다 내려오고 어디가 어딘지 모를 요새 속으로. 요즘 아파트는 이런가 보다. 네버랜드 같네. 매트릭스 같기도 하고. 사람들도 가짜. 나무들도 가짜. 올라간 ㅅㄴ이 한참 뒤에 내려와 물건 판 분이 ㅈㅂ씨랑 잘 아는 사이래요. 그리고 몇 분 후,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겠어요? 전에 보스턴에서 뵈었던... 아. 맞어. 그 친구. 2008년 12월. ㅈㅂ씨는 한창 보스턴에서 푸디토리움 1집 녹음 중이었고 난 아마도 평생 마지막이 될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보스턴로 갔다. 물론 첫날 15분 발표하고 바이바이 녹음실과 술집을 종횡무진 다니면서 놀았지만. 그때 만났던 ㅈㅂ씨 후배. 그럼 기억나지. 세상은 참 넓고도 좁구나. 점심으로 간만에 짜장면을 먹었다. 녹음하면서 안 졸려야 할텐데. 'ㄴㅇㄱㅈㅎㅇㄱ' 99 똑딱이로 다시 녹음. 맘에 안든다. 이번엔 똑딱이 켜놓고, 똑딱이 무시하고 치기. 그럼에도 켜놓는 이유는 최소한의 템포감을 위해서. 3 시간 정도 사투. 'ㅅㅇㅇㅅ'를 키 조정해서 불러보았다. Ab key에서 일단 F key로 내렸(혹은 올렸?)다. 6시에 녹음실에서 나가야하는 관계로 그 두곡 기타와 노래 가이드를 '일단' 해놓고 AER 앰프를 챙겨들고 집으로. 7시. 앨범 자켓 회의 차 ㅅㅈ, ㄴㄹ 집으로 옴.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 실크스크린이 어쩌구 일러스트가 어쩌구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그래 내 생각이 맞았어. 싶었다. 늘 디자이너들에게 아쉬웠던 게 타이포그래피였는데 이번엔 좀 제대로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커피까지 마시고, ㅅㅈ, ㄴㄹ와 같이 집을 나섬. 9시. 괴산으로 출발. 졸음운전만은 안하게 빌어주세요. 하는 심정. 그간 녹음해 놓은 곡들을 iPod에 넣고 하나씩 들으면서 갈 요량이었다. 서울 시내엔 차가 좀 막혔다. 금요일이니까.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는데 이상하게 어딘가가 자꾸 찡했다. 그냥 그런 것 같다. 음악하는 사람이 자기가 녹음해 놓은 노래들을 불완정한 형태로 나마 처음 죽 들을 때 그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거. 뮤직비디오란게 내 음악에 의미가 있을까. 그냥, mp3 귀에 꼽고 이리저리 걸어보세요. 아니면 운전해 보세요. 혼자서. 눈 앞에 보이는 게 다 뮤직비디오지 뭐. ㄱㅎㅎ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옴. 밤이고 초행길이고 먼데, 그냥 일죽에서 만나지요. 일죽 휴게소까지 오셨다. 앰프를 옮겨싣고 선생님 차로 이동. 가면서 그동안 쌓였던 궁금한 것들 이것저것 마구 물어봄 그야말로 질문세례. 그리고 선생님은 내 말에 대답해 주시느라 길을 잃고 갈팡질팡 유턴 몇 번 해서 다시 괴산행. 공방은 괴산 소수면 어딘가에 있었고 사모님과, 강아지 한 마리가 함께 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닮은 우리나라 토종 나무들이 공방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겨울밤에는 은하수가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기타. 'La folia' 8-string Lucid Fall custom model Spruce double top/Madagascar rosewood side & back 기타를 쳐보았다. 기가 세다.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이 기타를 이길 수 있을까. 다시 집에 가서 쳐봐야 알 것 같다. 앰프로 픽업테스트를 해볼까요? 앗. 근데 55 잭이 없다. 헉. 픽업 테스트는 일단 포기. 뭐 잘 되었겠지요. 공방 구경하고 커피 두 잔 얻어마시다 보니 새벽 1시. 선생님. 도저히 안되겠네요. 저 일어나야 겠습니다. 다시 함께 일죽행. 그 사이 ㄷㄱ 형에게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신기하지. 이 밤 중에 전화한 건 처음인데. ㄷㄱ형이 얼마전까지 괴산에 살고 있었거든. 신기하다 신기해 하면서 일죽으로. 차는 기름이 떨어져 가고. 기타 어떠세요? 음. 하이텐션 줄을 끼우셨나요? ...네. 좀... 세네요. 노멀텐션으로 갈아서 쳐봐야 알 것 같습니다. 소리가 멍청해질텐데요. (속으로: 늘 멍청하게 쳐왔습니다.) 다행히 일죽 휴게소에 문을 연 주유소가 있고 선생님과 인사하고 내일 입금해 드릴게요 하고 서울행. 잠이 올 법도 한데 잠이 안 온다. 3시 30분. 서울 도착. 기타를 치다가, 잠들다. ============================================================ 9월 4일 KTX 4시 기차표를 끊고 샐러드 하나 커피 하나 사들고 큰 맘 먹고 특실도 끊었겠다 2호차 창측 자리에 우아하게 앉아 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차안이 너무 텅텅 비었다. 기차 안 모니터를 보니 4시 차가 아니라 4:30분 차다. 시계를 보니 4:06분. 오마이갓. 부랴부랴 밖으로 튀어나감. 샐러드 용기랑 커피 컵 쓰레기통에 대충 버리고 승무원을 찾는데 아차 핸드폰이 없다. 다시 열차로 돌진 없다. 쓰레기통을 뒤져봐도 없다. 알고보니 2호차가 아니라 1호차에 앉아있었던 것. 겨우 차표 반환하고 본전생각을 하며 일반석에 앉아 부산으로 내려감. 요즘 정신을 도대체 어디에 두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부산에도 가을이 왔더라. 문수는 말도 아닌데 살이 쪘고, 밤새 침대에서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부다페스트> 역자교정지, 역자 후기를 출판사로 발송. 이제 정말 내 손을 떠났다. ㄱㅎㅎ 선생님이 7현 기타 용 카포를 택배로 보내주셨다. 사이즈가 안맞으면 제작해야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딱 사이즈가 맞다. 아침 10시 음반 회의. 일본서 동시에 발매 예정이었던 일본 현지 발매 일정에 조금 차질이 생겼다. 베스트 앨범 10월 중순, 6집은 11월 초순이 될 듯. 일본 측 ㅇㄴㅂ 상이 브라질의 마스터링 스튜디오 세 곳을 추천해주었다. La folia 기타 첫 녹음. 오늘 하루 안에 다 안 끝나리라 예상했다. 8줄에 익숙할 시간도 없었고, 녹음되는 톤도 알 수 없으니까. 곡은, 'ㄱㅈㅂㄹㄱㅇ' 제목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ㅂㄹㄱㅇㄴㄹ'로. 4 시간 straight 기타 녹음. 완전한 프리템포가 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발란스가 좋다. 기타도 사람도 다 인연이구나. 기뻤다. 추천받은 마스터링 스튜디오의 작업물을 듣고 보는데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앨범 너댓 장을 한 스튜디오의, 한 엔지니어가 mastering 했다는 걸 알았다. 몇 개만 예를 들어도, Nay Matogrosso - interpreta Cartola Cesar Mariano + Pedro Mariano - piano e voz Celso Fonseca - voz e violao, juventude/slow motion bossa nova Simone - na veia, Roberta Sa - Pra se ter alegria Djavan - aria 등등등등. 아. 이것도 인연이구나, 싶었다. 영국에서 와야할 기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Tony에게 메일을 썼더니 내가 전화번호를 잘 못가르쳐 줬던 것. 부랴부랴 다시 알려주었다. 이번 주 안에 도착해야 할텐데. 요즘 정말 정신을 어디에 두고 사는지 모르겠다. 출처- > https://www.mulgogi.net/technote6/board.phpboard=pirate2011&;indextype=1&indexmany=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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