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꾸를 하나 얻어 쥐고는 이제 기타만 하나 얻으면 되는데... 하던 친구가 생각난다.
1984년도에 나는 첫 레코드판을 구입했다. 고1때다. 친구따라 신촌에 있는 목마레코드에 들러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자켓에 있는 기타리스트가 너무 멋져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들어봐야지 하며 오디오 및 턴테이블없이 판떼기부터 구입하게 된다. 삐꾸를 먼저 사고, 기타만 구입하면 되는 형국이다. 그로부터 약 1년뒤 인켈에서 야심차게 출시한 AD5&#@이라는 제품(그 유명한 SAE다음모델)을 아버지의 허락으로 구입하게 되었고, 드디어 고1때 구입한 레코드판의 외투를 벗기고 조심스럽게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가진 판떼기는 그게 전부였다) 뭐 아무것도 별다른 게 없다. 연주도 별로다. 왜 하필이면 클래식 기타판을 샀을까 우씨 - 나중에 알고 보니 페페의 축제 협주곡이라고...
그때쯤 나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 종로 YMCA건물에서 기타강좌를 같이가게되었는데, 강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이상한 음악?을 듣게 되는데, 이것이 나의 첫 클래식 기타 쌩음악이었다. - 그리고 그 음악은 손영성 선생님의 아수트리아스 전설이었다.
그로인해 나는 카세트 테입을 한 구입하게 되었고 스페인의 미구엘 바루베라 라는 - 조금 후진 기타리스트 독주곡집 - 로망스 알함브라 뱃노래 칼레타의 손짓 등등의 기타음악을 들으며 고등학교 성적을 탕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날 꼬이던 그 친구집에서 나는 충격의 기타소리를 들어버린다. 물방앗간의 춤곡의 첫음에서 나는 맛이 갔다(바루베라는 오류동에서만 유명). 당장 나도 그 카세트 테입을 샀고, 바로 사진에 있는 성음발매 크롬테이프 기타독주곡집 - 나르시소 예페스!
기타를 평생 내곁에 두게 한 원흉!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참으로 여러번 이사를 했음에도, 친구에게(아까 그 친구 아님) 빌려주기도 여러번, 아직 내곁에 자리하고 있는 예페스의 기타독주곡집! 소품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언제 들어도 낭낭하고, 언제 들어도 교본이었고, 언제 들어도 친구같은 존재로 나에게는 평생 친구(아까 그 친구 아님)같은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저 테입은 내가 유명해지면 상당한 고가의 경매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요즘 사진찍느라 기타를 놓고 있습니다. 마토스 연주회때 서울에서 뵙고 처음인듯합니다. 그날 잘 들어가셨지요? 새해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세월만 죽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간 중간 살아있음을 알려야 느닷없이 회원강제탈퇴도 면할 수 있을 것 같고... 회원 혜택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고 해서 몇자 적습니다.
최현수씨, 천호동의 안선생님, 지선생님, 철이28호님,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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