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요 몇일 글 보관장이 무척바쁘군요. 저번주에 완성된 악기들이 궁금해서 들렀다가 신종렬님도 만나고 님의 완성된 악기도 보니 많이 부러웠습니다. 감히 완성된 악기의 아름다움에 대한 저의 감흥을 몇자 적습니다. 지난 4월에 완성된 악기군들과 이번 악기들을 모두 살펴보니 사람의 손가락의 모양이 다르듯이 조금씩 특징이 있고 성향이 달라서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먼저 저번 악기군을 볼때 'La Folia'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앞판 스프루스과 뒷판 블랙우드의 조합으로도 심상찮은데 구조적인 특징으로 인한 소리의 깊이는 들어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다른 4대의 선생님 악기와 비교해서 배가된 저음이 결코 저음만의 강조가 아닌 고음부터 저음까지 전체적인 음향/색의 조화가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 이런 악기는 선생님께서 보관하시고 찾아오는 분들께 들려드리는 demo용 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아마도 빠르고 초절예의 기교적 음이나 분리된 선명도와 극도로 절제된 정예한 음을 추구하시는 분은 보통 모델이 맞을 것 같고, 고전적이며 심오한 깊이의 음을 추구하시는 분께는 참으로 적당한 악기일 것으로 감히 생각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이번 악기군에서 '신종렬'님의 스프루스와 멕시칸 보코테의 조합이 참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우선 그림에서 보이듯이 보코테의 무늬는 비교적 옅은 고동색을 띄고 있어서 모든 미세한 무늬를 만끽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특히 뒷판은 가운데의 덧붙이는 나무 대신 자체의 무늬를 그대로 이용한 멋진 모양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리는 스프루스류와 시더류의 중간정도의 소리이면서도 다른 악기와 차별되는 매우 아름답고 단정한 소리였습니다.
김선생님은 여기에 덧붙여서 점점 소리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 하셨는데 그 발전되는 소리가 매우 궁금해 집니다. 아쉽게도 보코테를 더 갖고 계시지 않으셔서 당분간 만들기 어렵다고 하시니 가슴의 한 구석이 훵한 느낌이었습니다. 종렬님은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소유하셨으니 자주 발전하는 악기의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음 10월에 나올 악기군에 속할 것인데 용기가 없어서 '라 폴리아'나 그밖의 새로운 조합을 못하고 아주 정석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선 기본적인 악기를 하나 가져보고 가능하게 된다면 다음 것은 아주 특별한 것으로 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감히 앞으로 완성될 악기를 소유하실 분들께 부탁이 있는데 김 선생님께서 완성된 악기를 갖고 계실 형편이 못되므로 (모두 시집가 버리므로) 앞으로 제작되는 악기는 가능하면 몇일이라도 공방에 있게 하거나 자주 악기와 함께 놀러오셔서 다음 주문자나 향후 악기를 원하시는 분들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함께 나누는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 완성될 나의 기타가 어떤 모습일까 어떤 소리가 나올까 하고 마음 졸이며 거의 1년정도를 기다리며 다른 분들의 악기 소리라도 듣는 것으로 기다림의 안타까움을 달래는 저를 포함한 다른 분들께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김 선생님 혹시 악기에 대한 글이 졸렬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겠지요? 음악회 전이라도 시간나면 소리들으러 다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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