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일전에 제가 연주의 녹화/녹음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었죠?
갑자기 극복하고픈 생각이 들어 얼마전에 삼성 64GB SSD 캠코더 (HMX-H106) 질러버렸어요. 근데 요거 참 물건이더군요. 37미리 광각지원이 되는데다 화질과 음질이 생각보다 참 좋더라고요. 광각이 저에게 필요했던 건 작은 방에서 문잠그고 동영상 녹화를 할 때 화각이 비교적 잘 잡히기 때문이죠. (40미리만 되도 머리짤리고 기타는 반 밖에 안나온다는....)
바이스 판타지를 녹화해 봤는데 잘 나가다가 마지막 부분에 엔쥐가 나서 여기엔 못올리겠구요.^^ 어쨌든 컴으로 들어보니, 스프러스 더불탑의 쫙쫙 뻗는 소리가 아주 좋던데요?
2003년 2년 정도 미국에 잠깐 살면서 시작해, 최근 1년 전까지 사진에 미쳐 렌즈 구입에 기변 (D100 -> D200 -> 5D)까지 하고 잘 놀다가 1년 전 클래식기타 명기에 꽂혀 사진기 다 팔아버리고 두 대의 스페인 기타를 구입해 방황하다가 결국 그것들도 다 넘기고 알마로 넘어온 거 아세요?
지금 제 음악방에 세워져 있는 단 한대의 알마기타에는 저의 5년간의 취미생활과 장비와 돈들이 모두 녹아 있답니다.
기타를 좋아하는 사람이 흔히들 사진으로 많이 넘어갑니다. 아직 검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제 주위를 살펴보면 대충 경향이 나오더군요. 아마도 눈과 귀에 대한 감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풍부해서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귀를 즐겁게 하다가 눈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변절(?)했다가 결국 다시 귀를 즐겁게 하는 것으로 넘어왔지요.
사진을 공부한다는 것은 '빛을 잡는다'라는 의미인데요, 그 결과물이 참 신묘하고 찰라가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터에요. 그런데 요 사진이라는 작업이 아무리 디지털화 됐다고 해도 시간과 여유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참, 그리고 왜 그렇게 빛을 잡는 것이 어렵던지..... 아무리 노력해도 저에게 멋진 사진은 남지 않더군요. 실망과 절망감이 들 뿐....
빛을 잡다가 지쳐 이젠 소리를 잡고 싶어 기타로 다시 왔는데, 불현듯 자기가 치는 곡을 동영상으로 남긴다는 건 또하나의 움직이는 빛과 소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큰 즐거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멋도 모르고 제 기타소리를 테이프에 녹음 (용진이의 기타소리 vol1, vol2) 해서 친구들에게 생일선물로 선사했던 적도 있었죠. 그런데 대학 들어와서 기타를 아주 조금 알게되고 나서부터는 녹음이 참 싫어지기 시작했다는....
알마를 접하게 되면서 이제 늘 제 옆에 서 있는 알마를 보고, 느끼며, 속삭이고, 뜸금없이 아무 의미없는 음을 퉁기기고 해보고, 때로는 정열적으로 사랑을 하고, 또 서로 삐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번 녹화를 해보자! 라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캠코더를 질렀죠. ㅋㅋ
물론 공개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지금까지의 레파토리 (약 8곡 정도)를 가지고 휴일날 하루 종일을 투자해 저만의 DVD 앨범을 만들까 합니다. 늘 사랑스런 알마와 함께하는 하루의 마감을 통해 저의 레파토리는 조금씩 더 늘고 있으니, 약 1년 후에는...
New 용진이의 기타소리 vol1, vol2, vol3 .....ㅎㅎ
그리고 저의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날 그것들을 선물해야지....
생각만 해도 뿌듯한데 진짜 주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근데 저의 진짜 꿈이 뭔지 아세요?
첫째는 훌륭한 화학자가 되는 거, 또하나는 (약 10년 후?) 아마튜어로서의 저의 작은 독주회를 여는 것이랍니다.
참 꿈도 야무지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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