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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와우! 따스함이 느껴지는....2004-06-1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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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던 편 입니다.
60년대 초반에는 별로 가지고 놀수 있는 장난감이 별로 없었고,
있다고 해도 어렵게 살던 시절이라 그런것을 가진다는것은
일부 부자집에서만 가능 했었답니다.

저는, 선친께서 그 당시 가구제작을 손수 하셨기 때문에
아버님의 연장이 제 장남감을 만드는 도구였습니다.

나무로 깎은 비행기,자동차,자치기(이거 아시려나 몰라요?) 등등....
모두 직접 손을 베어가며 만들어서 썻답니다.

연장 다루기 만큼은 조기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지요.
클래식 기타는 제 인생과 관계가 없었습니다.

중2때 저의 작은 매부가 눈앞에서 "Grand solo"  "Sonata brilliante"
"Grand Sonata-2"  "마술피리 변주곡" 등등을 멋지게 연주하기 전까지는,,,,,

저는 큰 충격을 받았지요.    세상에 저런게 다 있구나,,,,
그리고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 저사람도 손가락이 다섯개고 나도 다섯개니 저사람이 할수있다면,
  나도 꼭 할수 있을것이고 해내고야 말것이다,,,,,"

집에 형이 지긋지긋하게 쳐대던 쇠줄기타가 있었는데,,,,
그것으로는 불가능 하다는것을 알았고, 곧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매부가 국비연수로 미국을 3년 나가게 되는일이 벌어졌고,
나는 곧바로 그 기타를 3년간 빌릴수 있었으며,
카르카시를 열심히 연습한덕에 3년만에 어지간한 소품들을 연주할수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 더 문제 였습니다.

매부가 돌아와서 기타를 돌려주어야 했는데,
저는 연주할 악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때 미국에서 사오신 원서가 하나 있었는데, " Renaissance to Rock" 이라는
전문 서적이었지요.
여기에는 세계각국 명기의 치수,구조,종류,역사,에피소드,사진,제작법,등등
수많은 내용이 빽빽히 들어있는 엄청나게 두꺼운 전문서적 이었습니다.

그중 스페인의 명공 Jose Romanillos의 제작에 관련된 인터뷰가
특히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그책은 그때부터 제 재산목록 1호가되어 끼고 살았고,
결국 1년뒤(고3때) 제 악기를 만들수 있었지요.
물론 형편없는 물건이 만들어졌습니다. ^^;;;;
(톱,실톱,칼,대패,드릴,사포, 이것만으로 모두 만들었으니까요)

신은 저를 어릴때부터 연장 다루는 기술을 익히게 하고,
좋은기타를 손에 쥐어주어 연주와 음감을 익히게 한다음, 도로 뺏고,
그 대신에 제작의 이론과 실기를 시도해볼수있는 책자를 선물했던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제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던것 입니다. 나도 모르게,,,,
기타연주와 제작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생활은 대학때까지 이어졌으며
저를 너무도 힘들게 했던것은, 가족들의 구박과^^작업장 문제였습니다.

80년도 중반에 형님이 간판 공장을 운영 하였었는데,
그곳에서 일을 도와주며 한쪽에서 기타를 만들수 있었고,

결국 88년 경기도 하남시에 8평짜리 나만의 공간을 갖출수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난방이 안되는 다락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야했으며,
하루에 두끼는 100원짜리 삼양라면 이었습니다.

이런생활이 6개월정도 이어졌는데,
집에서는 이미 말을 안들어(기타 하지 말라는,,) 내놓은 자식 이었지요.

이 기간동안 왼손1번손가락을 크게 베었었는데,
워낙 부실한 식사에 여위었는지, 피가 많이나지는 않았는데,
눈앞이 캄캄하고,구역질이 났습니다.

캄캄한 밤에 비틀거리며 약국을 찾아갔더니 병원에 가보라고하며 내쫏고,
병원에 갈 힘도없고 돈도없고 죽기살기로 다시 공방으로 돌아오는데
뒤에서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는 소리가 많이 나더군요.

제가 큰길로 비틀거리고 걸었던것 같습니다.
운전자는 술취한 취객쯤으로 오인 했겠지요.

그때의 상처는 지금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뒤에 기계로 더 크게 다쳐서 없어졌지요 ㅠㅠ
지금도 왼손1번손가락이 오른손보다 짧습니다.

국산악기에 대한 냉대와 그에 따른 설움, 끝없는 무한도전에 대한 스트레스,
제작자에 대한 사회적 경시풍조와 인격모독,,,,,솔직히 말씀드려서
인간으로 이겨내기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위에 언급한 정도는 아니지만, 각오는 필요합니다.

제작가의 필수조건은,

1,연주능력 (연주능력이 있어야 자기개발이 가능합니다)
2,섬세함 (정밀작업이 대부분 입니다)
3,인내심 (자기수련이 필요합니다)
4,무욕 (유명세나 돈에 목표를 두면 상인이 됩니다)
5,학구열 (배움의 연속입니다)
6,창조력 (기타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7,경제력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8,넓은마음 (전체를 볼줄 알아야 합니다)
9,객관성 (자기악기를 객관적으로 볼수 있어야 합니다)
10,조력자 (지속적으로 협조해주고 격려해주는 친구,아내,등이 있어야합니다)

저는 후세도 없고 공식적인 제자도 아직 없습니다.
알마기타는 저로써 대가 끊깁니다.
만일 위의 각오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찾아오십시오.
제가 가진것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와우! 정말 뭐라 말씀드리기가 뭐하게 따스한 분이시라는것이 느껴집니다....
보지도 못한 사람이 작성한 글에 성실히 답변 해주시고 존경심이 느껴지는군요,.,,,

뭔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살아 간다는 것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데
원동력과도 같은 일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 하고 있습니다.
(아마 죽을때까지 시간을 내서 해야하는 일인것 같습니다.)

주변에 그러한 일들(제가 관심있어 하는)을 직업으로 삼고있는 분들을 찾아가 보기도
하면서 스스로 에게 진짜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습니다.

헌데, 신중한것은 좋지만 수많은 것들을 고려하다보면 일의 진행이 더뎌지고 이일은
제자신을 어렵게 만드는요소로 작용하더군요..  그렇다고 쉽게 넘어가면 얼마가지 않아
후회하게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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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에 남겨주신 작가의 필수조건...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따스함이 느껴지는부분.....)

1,연주능력 ---------------<수준을 떠나 기타연주를 즐깁니다.>
2,섬세함 -----------------<섬세함은 주위에서도 인정합니다.>
3,인내심 -----------------<보통사람 이상입니다. 어떤때는 아니기도 하구요..ㅎㅎ
                                        저는 욕을 안하는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4,무욕 -------------------<간단히 말 할 수있는 부분은 아니지만....무슨 이유에서인지
                                        얼마 전부터 이부분이 어렵습니다.--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더군요.>   
5,학구열 -----------------<뭔가를 알아간다는것은 인생을 즐기는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6,창조력 -----------------<뭔가 창조되는 분위기를 위해 느낌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창조에대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7,경제력 -----------------<....이부분이 현재로서 저를 가장 힘들게 합니다.....
                                        나머지야 제스스로를 가꾸기만 하면 얻어지는 것이지만.. 독립한
                                        다는것....용돈을 안받기 시작하고(급할때는 아니지만...)나서...
                                        어제는 한끼도 못먹었습니다....다행히 옆집에 사는 같은반 
                                        친구가 밥을해줘서 먹긴했습니다만.... 지금은 다시 배가 고프군
                                        요...> 
8,넓은마음 ---------------<항상 노력해야지요.>
9,객관성 -----------------<스스로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10,조력자 ----------------<기타제작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것도 아니고....신기
                                        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라...주위에서 쉽게 찾기는 어렵
                                        습니다만....인간관계의 다양함과 친구의 필요성은 두 말할 필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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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항상 제스르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그러면 마음속에 잡초가 자라거든요...
재대하고나서는 이부분에 무척 자신이 있었습니다만....요즘들어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지못
합니다....아직 갈고 닦아야 할것들이 많습니다.. 

얼마전에는 가지고 있는 기타(전기기타) 바디에 모양도 바꾸고 도색도 다시 하려 시도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헌데 그놈의 돈이 저를 가만히 내비두지 않습니다..색칠한번 다시 하려해도......ㅎㅎ..하지만 제나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격게 되는 문제이니 얼마안가 해결책을 찾으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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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aissance to Rock-----------이 책 상당히 끌리네요... 인터넷으로 여러가지 서적을 뒤져
                                              보고 주문하면 수량이 적어 교보문고에서 주문할 수 없다고
                                              하고.... 헌데 이 책은 한번 꼭 제 손에 쥐어보고 싶습니다. 
                                              첨부파일의 저것이 맞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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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더워지네요.....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제가 선생님을 찾아뵈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짧막하게나마  답글 부탁 드립니다.
너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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