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Title좋은 연주회, 무탈한 일요일 저녁이었습니다2006-05-26 02:13
Name

저는 그날 영산아트홀 6열에 앉아서 연주를 감상했습니다만...
저희 집이 보라매공원 후문쪽에 있어서 여의도까지야 얼마되지 않는 길이었지만,
상당히 이른 시각인 5시 반쯤에 안사람과 일곱살배기 딸아이를 데리고 출발을 했더랍니다.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서는 통에 마포대교를 건넜다가 되돌아오는 작은 해프닝도 있었지요.

마포쪽에서 유턴한뒤 약간 옆길로 새서 저녁식사로 시간을 소비하고 연주회장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지나 있더군요.
다른 분들에게 음식냄새를 풍기게 될까봐 약간 마음 졸이기도 했습니다.

예매표를 받으러 가면서 종종 웹상에서 사진으로만 뵙던 김선생님의 희끝한 머리카락과
얼굴가득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만,
불쑥 인사드릴 정도의 숫기가 없어서 그냥 바라만 보았습니다.

예매표를 받고 둘러보다 보니 밑에 어느 분의 말씀처럼,
다른 기타제작가 분의 얼굴도 뵐 수 있었고,
설핏설핏 사진으로만 뵈었던 기타 연주가 분의 얼굴도 뵐 수 있어서
그저 마음은 흡족흡족해하면서 연주홀로 들어섰는데....

객석에 앉고 나서는 내심 제옆자리에 않은 우리 꼬맹이가 자꾸 신경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주시간 내내 넓은 홀을 꽉채우는 기타의 음색(어쩌면 음량 자체)에 흠뻑 빠졌드랬습니다. 

사실 이전 게시판에 다른 분의 문의글도 있고 해서,
또 팜플렛에도 6세이하만 아니면 허용이라고 해서,,,,
올해 일곱살인 우리 꼬맹이를 데리고 오면서 아무런 걱정도 하지는 않으면서
막 입장하려는데,
연주홀 문지기께서 몇살이냐고 물으시기에 자신있게 일곱살이라고 했는데...
대뜸 영산아트홀은 여덟살 이상만 입장 가능하다고 하는 통에 갑자기 얼마나 황망스러웠던지 몰랐습니다.
작년 어느 기타연주회장(영산아트홀보다는 소규모의)에서는 그때는 여섯살인데도 데리고 입장을 했었는데....
우리 꼬맹이가 나이 못지않게 참을성이 있어서 절대 떠들지 않을거라고 해도
믿지 않더란 말입니다...

할 수 없이 기획사쪽 분에게 말씀드려주십사고 부탁을 드리고,
문지기분들이 혹시 연주회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모든 책임은 기획사쪽에 있다는
엄포에 가까운 확약을 받은 다음에야 들여보내 주더군요. 
그날 호의를 베풀어 주셨던 분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중년쯤의 여자분이신데.... 누구신지는 정확히 모르는지라...

어쨌든 샤콘느 연주를 듣자마자 좀 전의 황망함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우리 꼬맹이도 제딴에는 어찌는 열심히 감상을 하던지...
물론 1부 끝쯤 부터는 괜히 몸을 약간씩 꼬기는 했지만 잘 참고 끝까지 무탈하게 연주에 전혀 방해를 주지는 않았더랬습니다.
그 덕에 연주 시간 내내 오랜만에 우리 세식구가 음악속에 그런대로 흠뻑 젖어든
저녁이기도 했었지요(사실 우리 둘째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어서 둘째는 공짜로 그날 연주를 들은 셈입니다).

연주에 대해서는 생음악의 효과를 여러번 체험했던지라, 인상깊었던 몇가지만 더 적어봅니다.

다른 연주자는 그런 손놀림을 보여주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되는데,
연주 도중에도 몇번씩이나 번개같이 기타줄을 튜닝하던 수멍의 손놀림을 보고는 음감이 특히 더 예민해서 그런가보다 싶기도 하고 신통하기도 했습니다.

각자 기타를 잡고 있는 자세를 보니, 1st의 왕야멍과 4th의 리지에가 헤드를 높여서 연주하는 반면에, 2nd의 수멍과 3rd의 첸산산은 상대적으로 헤드를 낮춰서(1st쪽 좌석이어서 그런지 첸산산이 수멍보다 헤드를 더 낮게 연주하는 걸로 보였습니다...) 연주하는 것을 보고는,
악기는 각자의 몸에 가장 편한 자세여야 좋은 연주가 되는 거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또 4천사가 모두 알마기타로만 연주하던 장관을 다른 연주회장에서도 보게 되리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제 뒷자리에 앉았던 분이 리지에의 베이스 파트 연주실력이 아주 출중하다는 얘기를 하시는 것을 흘낏 듣고는, 리지에의 연주자세를 더 눈여겨 보기도 했습니다.

2부 시작과 동시에 주단이 연주하던 그 기타가 스몰맨인줄도 몰랐는데... 쬐그만 몸통으로부터 뿜어나오는 음량에 기타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하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사인회때는 미리 보내주셨던 팜플렛에다 일일이 사인을 받으면서, 바로 앞에 분이 기타 앞판에다 리지에의 사인을 직접 받아가는 분을 보고서는,
나이에 맞지않게 나도 저렇게라도 해볼껄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천쯔 교수님, 4천사, 주단의 사인을 차례로 받으면서 몇 커트 사진도 찍었는데,
사진을 보고 있으니 연주회 내내 느꼈던 총기가 뻗치는 눈들을 보고서는
우리 꼬맹이도 저렇게 키워야지 하는 은근한 욕심도 내어봅니다.

좋은 연주회 기획해주신 김선생님께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번 실황 DVD가 어서 나오기를 학수고대합니다.

Comment
Captcha Code
(Enter the auto register prevention c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