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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幸福한 自己反省............2007-07-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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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잡은지는 햇수로만 20년이 넘었다.
대딩 1학년(84년도)에 시작해서 2년동안 죽자살자 치고는 그만 두었다.
그리고, 취업전쟁에 뛰어들어 그럭저럭 취업재수 없이 졸업하던 해에 입사를 했다.

입사를 하고 나서 볼링에 테니스 치랴, 그룹사운드연습하랴 골프배우랴
사내모임에서 활동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자친구 사귈 생각도 뒷전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결혼을 하고 난 뒤 어느 정도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나니............
무어랄까 허전함이 밀려왔다...........
너무나 동적인 취미생활에 마음이 매말라버린 기분이랄까.......
다시 기타를 구입했고 쉬엄쉬엄 연습을 시작했다.

어젯밤...............
대학부터 지금까지 몇번을 도전하다가 포기했던 곡들이 있었는데,
그 동안 어려웠던 패시지들이 깔끔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풀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멍하니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갑자기 연주(?)가 되는 이 사실을 기쁨으로 받아 들여야 할지.........
아니면, 그 동안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하고 자책하여야 하는 것인지....
구별하기가 애매했다........
아마 5분은 족히 멍하니 기타를 껴안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며칠전 신현수님의 '클래식기타의 기본기의 비밀'이라는 책을 구입해서 읽고 있었다.
84년도에는 띠란도라는 용어도 생소했었고,
오로지 세고비아의 흔적만이 위대한 유산으로 남아 있었던,
그래서 이것은 곧 바이블이자 선배님들의 전가의 보도였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그대로 답습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을 터..............

몇달 전 김선생님께 띠란도 주법을 간단했지만 강열하게 전달받았던 적이 있다.
음색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무려 20년이 넘도록 멍청한 세월만 보내다가..............
그래서 이 책을 사보게 되었다.
정말 기본기를 다시 정립하고 싶어서였다..........

요즘들어 새로운 세상에 들어선 기분이다.

우선은........ 기타 자체에 대한 나의 생각(평가)이 그러하다.
라폴리아는 기타 자체의 능력에 대해 다시금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예전에만 해도 나는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즉!!
어느 정도 제작가의 능력이 비슷하다면 의도적으로 제작하지 않는 다음에야
연주자의 능력이 좌우할 것이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바뀌었다.
골프 장비의 발달은 골퍼의 능력을 충분히 배가시켜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타에 대해서 만큼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라폴리아는 결정적으로 제작자와 기타 자체의 능력에 따라
그 결과의 차이도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다른 하나는.....................
좀 우스운 얘기지만 (선배님들께서는 그냥 웃고 넘어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 라는 격언이 새롭게 마음에 와 닿는다는 것이다.
나의 클래식기타에 대한 열정에 비하면
그 동안 난 얼마나 허송세월을 보냈는가 하는 자책이 앞섰다.
그런데 최근.................
할일도 많지만 그만큼 시간도 많다 라고 자위하면서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예전의 느슨함과 게으름이 아닌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기니 음악도 제대로 들리고 악보도 제대로 보인다.
악보 하나에 죽자살자 매달려 니가 죽냐 내가 죽냐 라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 생각이었던가 하는 자괴감마져 들었다.

하루에 한 소절 아니 한두마디라도 정확하고 그 느낌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나가자.
이것이 끝나지 않으면 넘어가지 말자......................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다.
그래서 술이 떡이 되지 않는 한 하루에 한시간이라도 기타를 잡고 있다.
솔직히 지금은 결혼한지 10년이 훨씬 넘다보니
마눌보다 기타가 더 좋다는 무지막지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러다 뒈질거 같다)
일년에 한 곡씩만 떼어도 앞으로 못해도 한 오륙십곡 이상은 가지고 가겠지......

어젯밤................
고수분들은 웃으시겠지만,
사실상 독학으로 이어오다시피한 내가
몇 몇 어려웠던 페시지를 나도 모르게 훌쩍 넘어서 버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정말 그 감각이 잊혀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연습을 마쳤다......
그리고 앞으로 항상 겸손해 지고 쫓기지 않고 여유를 갖고 나 자신을 인정하기로 했다.
유달리 기타 만큼은 안되는 실력에 욕심이 많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최근 레슨을 그만 둔 큰 아들녀석을 생각했다.
꾹꾹 참아가면서 그 동안 잘 따라와 주었는데 도저히 힘이 부쳤다보다.
기타를 그만 두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잠깐 아빠가 서운해 했음이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진심으로 반성했다.
큰 녀석도 언젠가는 아빠처럼 다시 기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스스로 찾을 날이 오겠지.....

이제서야 조금 철이 든 듯한 제이드가 주절주절...........


(피에쑤)
김선생님.....  언제 서울에서 제가 쏘주 한 잔 대접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큰 행사도 마치시고 너무 고생한 것 같으시네요.
이천 가는 것은 가는 것이고,
그날 같이 간 직원들이랑 서울에서 맛있는 회 대접해 드리고 싶네요......^^
직원들이 갈리나의 공연으로 너무 감사해 합니다.
조만간 날 잡아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시길............
그리고, 김선생님이 추천해 주시는 초대손님도 같이 오시면 극진히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게의치 마시고 강추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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